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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영화 <족구왕> 우문기 감독 "말도 안 되는 개그에 '빵' 터져도 부끄러워 마세요"

blue & grey 2019. 4. 9. 04:52

"작은 영화다 보니 '다음주에 봐야지' 하는 순간 다음주에 극장에서 없어질 수도 있으니 호기심이 생기신다면 가급적 일찍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생애 첫 장편 영화 <족구왕>을 극장에 개봉한 우문기 감독의 마케팅 마인드 충만한 일성이다.

족구를 소재로 한 '인디버스터' 캠퍼스 청춘영화 <족구왕>이 지난 21일 개봉했다.

이날 저녁 우문기 감독과 영화에 출연했던 주연 안재홍을 비롯한 출연 배우들은 홍대 상상마당 극장에서 이제 막 개봉한 <족구왕>을 관람한 관객들과 프리허그 이벤트를 펼쳤다.

이벤트가 진행되기에 앞서 우문기 감독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우 감독은 이 자리에서 영화의 연출 과정과 생애 첫 장편 영화를 촬영하면서 겪어야 했던 어려움과 고민, 영화 속에서 그려진 우리 젊은 세대들의 우울한 현실과 사회문제, 그리고 영화를 연출한 감독으로서 관객들에 대한 바람 등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아래는 우 감독과의 일문일답

와이드커버리지(이하 W): <족구왕>의 아이디어는 처음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가?

우문기 감독(이하 우): <족구왕>의 시작은 <1999, 면회>를 연출한 김태곤 감독이 구상했던 초단편이 전부였다. 군에서 제대한 복학생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큰 배낭을 메고 학교를 배회하다 배낭을 열어 족구공을 꺼냈을 때 환하게 웃는 표정을 짓는다는 내용이었다. 그것으로 예고편을 만들었고, 이후 시나리오를 썼다.

W: 영화에 등장하는 우유팩차기 같은 설정은 어떻게 나온 것인가?

우: 우리가 족구를 잘 알고 이전 세대를 잘 알아서 시나리오를 썼다기 보다 복학생이 복학을 했는데 예전에 자기가 좋아하던 것을 같이 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황을 떠올렸고, 지금은 없는 낭만처럼 남아 있는 예전의 대학문화를 찾게 됐고, 족구랑 연결되는 것이 우유팩차기였다.

W: 미대 출신인 것으로 알고 있다. 미대는 사회 진출의 형태가 일반적인 학과의 대학생들과 좀 다르지 않나

우: 구체적으로 보면 다르지만 그 안에서 비슷한게 있다. 우리 세대에도 그랬고 요새 후배들도 비슷한데 미대를 나와서도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이 대기업 디자인실이나 대기업 계열 광고회사다. 다들 토익 공부하고 어학연수 다녀온다. 나도 토익 공부했고 대기업 원서도 내봤다.

W: 영화가 코믹한 만화 같이 재미가 있는 영화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요즘 대학생들이 안고 있는 어둡고 현실적인 면도 다루고 있는데...

우: 광화문시네마(족구왕의 제작사)의 전고운 대표가 문제를 제기했다. 영화가 너무 가벼운 것이 아니냐고 걱정을 좀 했다. 아무리 코믹한 캠퍼스 청춘영화라도 현실적인 사회문제를 다뤄줄 필요가 있다고 초반부터 많이 문제를 제기했다. 반값 등록금 문제라던가 등록금이 없어 학교에서 잘리는 문제, 학내 시위문화에 대한 불만을 가진 대학생들의 모습 등은 전고운 대표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W: 이 영화를 만들면서 요즘 학교를 다니고 있는 세대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우: 이 영화를 만들면서 감독으로서 능수능란하지 못하고 허겁지겁 만들다 보니 어떤 확고한 메시지를 가지고 만들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쟤는 족구 하나 하려고 저렇게 뛰어 다니는데...나 정도면 괜찮은 청춘을 보내고 있네', '나 정도면 괜찮네'하는 기분을 느꼈으면 한다. 또 대학을 졸업한 세대라면 영화를 보고 '나도 대학 때 꿈 많았었는데 그때 하고 싶던게 뭐였더라'라고 떠올려 보고 '그럼 나도 지금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W: 주말을 앞두고 있다. 주말 스코어에 따라 영화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이고, SNS 공간에서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 재미있는 영화다. <족구왕>이라는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만으로 싸구려 영화 내지 3류 영화일 것이라는 편견과 유명한 배우가 안 나오니까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편견 없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 영화를 볼 때도 '이런 말도 안 되는 개그에 빵 터지는 게 부끄럽다'고 생각하실 필요도 없다.

마지막으로...작은 영화다 보니 '다음주에 봐야지' 하는 순간 다음주에 극장에서 없어질 수도 있으니 호기심이 생기신다면 가급적 일찍 봐 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