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 국내/광화문시네마

광화문시네마 감독 3인방 “차기작 ‘소공녀’ 내부 최고 기대작”(인터뷰②)

blue & grey 2019. 4. 9. 05:09

http://m.newsen.com/news_view.php?uid=201609010757565810#_enliple

인터뷰 ②에서 계속.

예술적 순수함을 기대하기 얼마나 어려운 시대인가. 그렇기에 순수한 열정을 가진 이들을 만나면 영혼이 풍족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광화문시네마 김태곤 이요섭 우문기 감독이 그랬다.

좀처럼 한 자리에 모으기 힘든 김태곤, 이요섭, 우문기 감독을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뉴스엔이 만났다. 광화문시네마의 세 번째 신작 '범죄와의 여왕'(감독 이요섭) 개봉을 앞두고 마주한 세 감독은 소탈한 복장으로 인터뷰 장소에 들어섰다. 영화 '족구왕', '1999,면회' 등을 통해 충무로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파워 영화창작집단 광화문시네마에는 김태곤, 이요섭, 권오광, 우문기, 전고운 감독과 김지훈, 김보희 프로듀서가 속해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출신들이 주축이 됐다.

이요섭 감독은 지난 8월 25일 개봉한 영화 '범죄의 여왕'을 통해 첫 상업 장편영화를 선보였다. 영화는 아들이 사는 고시원에서 수도요금 120만원이 나오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가 또 다른 사건을 감지한 촉 좋은 미경(박지영 분)의 활약을 그린 스릴러다. 개봉 전 일본, 대만, 홍콩 등 해외 6개국에 선판매되는 쾌거를 거뒀다.

'범죄의 여왕'의 스토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쩐지 익숙하다. 수도요금을 둘러싼 미경의 분투는 난방열사 김부선을 떠올리게 한다. 앞서 광화문시네마가 선보인 '1999, 면회'에서는 군대를, '족구왕'에서는 복학생을, '범죄의 여왕'에서는 고시 준비생을 소재로 삼으며 한국의 근현대사를 더듬는 듯한 느낌.

김태곤 감독 (이하 김)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한국의 근현대사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더 주안을 둔 부분은 저예산 영화가 사람들한테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은 공감이라는 점. 예산을 많이 들여서 비주얼적으로 채울 수 있는 부분도 아니기에 공감을 이끄는 방법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우리가 옆에서 알고 옆에서 공감하는 이야기를 테마로 삼았다. 그게 저예산 영화를 만드는데 큰 미덕이지 않을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해석과 공기가 녹아있다."

재밌는 점은 차기작으로 기획하고 있는 '소공녀'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범죄의 여왕' 말미 광화문시네마의 전통인 쿠키영상을 통해 차기작 '소공녀'의 일부가 공개됐다. '소공녀'는 집을 버리고 스스로 여정을 떠나는 여자의 이야기다. 집 값 문제를 화두로 던진 '소공녀'는 현대판 거지를 다루며 전고운 감독이 연출에 나선다.


우문기 감독 (이하 우) "시나리오가 나와있다. 아마 또 예고편과는 다를 거다. 쿠키 영상에는 예고편이라기 보다 어떤 장면을 발췌한다고 말할 수 있다. 전체적인 결은 쿠키영상과 또 다르다."

이요섭 감독 (이하 이) "전고운 감독의 작품이다. 유니크한 이야기가 될 거다. 감독님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해답은 감독님이 가지고 있다.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김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좋았다. 이전에 광화문시네마가 선보였던 영화와는 조금 다를 거다. '족구왕'이 장르적 색이 짙었다고 하면 '소공녀'는 작가적 색이 짙다. 작가적 시선이 주가 된다. 내부적으로 가장 기대작이다."

이 "이야기의 출발부터 필요하다고 느꼈다. 한국은 집값이 주요 화두다. 전세와 월세 문제에 전고운 감독도 관심이 많았다. 그 문제를 인물을 통해 보여주는 과정이니 연출하는 방식이 어떻게 전개될 지 몰라도 값어치 있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광화문시네마는 주로 감독들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골자로 한다. 전작이 모두 그랬고 최근 선보인 이요섭 감독의 '범죄의 여왕' 역시 마찬가지. 공감에 주안을 둔 광화문시네마의 소재는 참 한결같다. '범죄의 여왕'은 수도요금 이야기인데 이요섭감독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이 "20대 중후반에 살던 집에서 수도요금이 50만원이 나온 적이 있는데 그 때 어머니가 저와 그걸 해결하려 하셨다. 그 과정에서 어머니가 탐정처럼 풀어내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모티브가 됐다. 아들이 본 엄마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범죄의 여왕'은 어쩐지 제목에서 '족구왕'과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안긴다. 이는 김태곤 감독이 지었다고. 어떤 연관성이 있냐고 묻자 김태곤 감독은 해맑게 웃으며 비하인드를 밝혔다.

김 "'범죄의 여왕' 제목을 놓고 의논을 많이 했다. 막바지 글 작업 중이었는데 부산의 추리문학관에 우연히 들렸다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별명이 범죄의 여왕이라는 걸 보고 차용했다. 영화가 작아보이지 않으면서 장르적인 부분도 결합됐다고 느꼈다. 그렇게 정해놓고 보니 우연히 족구왕과도 연결되는 게 있더라. 인연인가보다."

우 "원래 '범죄의 여왕'의 제목은 원수, 아지매 였다."

이 "주변에 멋있는 여자들이 많다. 그 모습을 모티브로 삼았다. 광화문시네마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가장 주안을 둔 부분은 미경이 미워보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아주머니를 향한 편견으로 밉지 않게 그려졌으면 바랐다. 그 점을 가장 중점적으로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