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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 중구 CGV명동역에서 영화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의 화상 인터뷰가 진행됐다.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아직 개척되지 않은 19세기 미국 서부의 사냥꾼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동료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에게 버려진 후, 자신을 배신한 동료에게 처절한 복수를 결심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해 '버드맨'으로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을 받은 알레한드로 G.이냐리투 감독의 신작이다.
이번 영화는 '버드맨', '트리 오브 라이프', '그래비티'의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감독이 참여했다. '버드맨'에서 보여준 바 있는 유려한 롱샷 촬영이 압권. '레버넌트'로 21년 오스카 저주를 깰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혼신의 열연도 전율을 선사한다. 로키 산맥에서 100% 자연광으로 촬영된 영상미는 감독의 설명대로 "아이폰, 아이패드가 아닌" 오직 스크린에서만 즐길 수 있는 압도감을 안긴다.
'레버넌트'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하디, 돔놀 글리슨이 출연했다. 제73회 골든글로브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내년 1월 14일 국내 개봉한다.
■ 다음은 알레한드로 G.이냐리투 감독과의 일문일답
-"'레버넌트'는 5년 동안 내 꿈"이었다고 했는데 연출하게 된 계기는?
2010년말부터 촬영지를 물색했다. 스케줄 문제 때문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작업을 시작할 수 없었다. '버드맨' 작업한 이후 다시 한 번 '레버넌트'를 착수하게 됐다. 굉장히 어려운 프로젝트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 어려운지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다. 자부심을 느낀다. 살아 남았다는 점에서 충격받을 정도다. '레버넌트'에 있었던 기적이 우리에게도 있었던 것 같다.
-회색곰은 CG로 만들어졌다.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자세히 말씀드리진 않겠다. 기대하는 바, 상상하는 부분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우리는 신 뒤에서 일하는 마술사라고 생각한다. 자세히 말씀드리면 감흥을 망칠 것 같다. 회색곰 습격 장면은 중요한 장면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장면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도구가 있다. CG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법을 이용해 만들었다.
-세 가지 원칙이 있었다. 시간의 흐름대로 촬영하는 것, 인공광을 사용하지 않는 것, '버드맨'처럼 롱샷으로 매끄럽게 연출할 것. 그 이유가 뭘까.
영화 자체가 시간, 공간, 빛이다. 그 세가지가 영화의 전수다. 내 의무는 시간 내에 이 공간을 창조하면서 그 날짜 시간에 딱 맞는 빛을 창조해내는 일이 내 몫이었다. 이것이 모두 완벽하게 맞아떨어졌을 때 절정의 기쁨을 느낀다. 영화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갖길 바랐다.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느낌을 갖고 시간과 공간에 풍덩 빠지길 바랐다. 인물들이 느끼는 정서적인 경험들을 보다 잘 포착해내길 원했다. 광활한 공간을 창조했다.
-죽음이라는 것에서 어떤 영감을 받았는가
우리는 모두가 죽게 돼 있다. '레버넌트'는 죽고나서 다시 탄생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레버넌트'가 그러한 뜻이다. 죽음에서 돌아온 뜻이다. 내가 이 영화에서 탐구하고자 한 것은 사람이 몇 번이나 다시 살아날 수 있는가였다. 죽음에 이르게 되면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이에 감사하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 꿈에 대한 영적인 시퀀스가 있었는데, 캐릭터가 가진 정신적인 면에 대해 보여주고 싶었다. 주인공이 대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영화적인 장면으로 관점, 기억, 그가 상실한 것에 대해 전달하고자 했다. 현실보다 내겐 이러한 내면 의식이 더 재밌고 흥미롭다. 관객들이 숲에 숨겨진 목소리를 듣길 바랐다.
-극중 휴 글래스 아내의 시체에서 새가 날아오른다. 어떤 의미를 지닌 장면인가
미군이 모든 주민을 살해하고 휴 글래스의 아내와 아이를 헤친다. 휴가 기억했던 장면을 환상으로 포착한 것이다. 그러니까, 재탄생의 의미다. 말로 설명하기 쉽진 않다. 관객 여러분이 그 은유를 나름대로 해석하길 원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설명을 드리고 싶진 않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의 작업은 어땠나. 오스카의 가장 강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디카프리오와의 작업은 아주 놀라웠다. 놀랍고, 용감하고, 재능있는 배우다. 대사가 없기 때문에 눈과 보디랭기지로 영화를 이끌었다. 항상 자상했고 다른 사람을 존중했다. 더이상 바랄 게 없었다. 시상식이 열리면 우리도 지켜봐야할 것이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뭔가
몇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준비하는 데 있어 기술적으로 여러 과제가 있었다. 이 세계에 대한 사실성, 진실성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웠다. 너무 추웠고 오지였고 고도가 굉장히 높았다. 동물과의 연기도 필요했다. 매일이 우리에게 과제였다. 영화의 배경이 90%였다. 자연과는 타협이 없었다.
-영화 촬영 전 스태프들에게 장미꽃을 나눠줬고 이를 뿌리는 의식을 치렀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언제든 내가 영화를 촬영하기 시작하면 유사한 의식을 치른다. 모든 사람이 큰 원을 그리고 손에 손을 맞잡고 서서 하나의 에너지를 만들고자 한다. 우리가 얼마나 큰 축복을 누리고 있는지를 느낀다. 특히 이번 '레버넌트'에서는 촬영했던 지역의 원주민을 통해 영혼을 한 번 씻어내는 의미로 이런 의식을 치렀다. 우리의 건강과 안전을 기원하는 의미였다.
-실화에서는 휴 글래스의 아들 이야기는 없었다. 각색 과장에서 아들 이야기를 넣게 된 이유가 있다면?
아들 이야기를 넣은 이야기는, 내 영화에 항상 등장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부자 관계말이다. 내가 부자 관계에 집착하는 이유는, 혈연 관계에는 복잡한 주제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아들이 혼혈이다. 반은 백인이고 반은 원주민이다. 그래서 더욱더 복잡해진다. 인종차별이 극심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현재와도 다르지 않다.
-실화에서 어떤 영감을 받았나?
복수에 대한 것이었다. 복수뿐만 아니라 인간의 강인함에 대해 그리고 싶었다.
-인물들이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이 많다. 그 이유가 있다면
나무는 지구라는 행성의 보호자라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극중 인물들이 땅에서 위를 바라보는 그 시선을 그대로 느끼길 바랐다. 자연의 위협, 아름다움을 함께 느끼길 원했다. 엄청난 경관, 자연에서 느끼는 압도감을 느끼길 바랐다.
-'레버넌트의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일단 감사하다. 한국 관객이 '레버넌트'를 좋아하길 바란다. '레버넌트'를 보신 뒤 새로운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지금 존재하지 않는 지구를 느낄 바란다. 우리는 인공물로 이뤄진 곳에서 사는데, '레버넌트'의 인물들은 대자연 속에서 산다. 우리는 순수한 자연의 오마주를 만들고 싶었다. 대사가 아닌 보여주는 것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영화다. 우리가 평소에 경험하지 못하는 장엄한 광경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것을 한번에 보여드리고 싶었다. 이 다양한 경험을 거대한 스크린을 통해 탐구하길 바랐다. 관객들이 극장에 가야할 이유를 주고 싶었다. 아이폰, 아이패드에서 느끼지 못하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 65mm 카메라를 사용했다. 신이 얘기해주는 자연을 보여드리고자 했다. 아주 새로운 영화적(cinematic) 경험을 선사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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