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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쥐’ 속 등장 이름의 비밀은?

blue & grey 2018. 3. 28.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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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9

29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에서 송강호가 맡은 주인공 신부의 이름은 현상현이다. 뱀파이어가 된 상현과 육체적 쾌락에 빠지면서 간음의 죄를 범하는 여자의 이름은 ‘태주’(김옥빈). 태주의 병약한 남편은 강우(신하균). 강우의 어머니로 신경질적이고 조울증환자 같은 인물은 라여사(김해숙)다. 

이들의 이름에 얽힌 비밀은 뭘까. 

일단 박찬욱 감독이 영화의 원작으로 삼은 에밀 졸라의 소설 ‘테레즈 라캥’이 힌트다. 현상현 신부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과 관계는 이 소설이 바탕이 됐다. 소설에서 아버지의 누이, 즉 고모(라캥)의 손에서 길러지는 테레즈는 매우 건강하고 야성적이며 원시적인 생명력을 가진 여자이지만 고모의 아들로 자신과는 병약한 사촌인 카미유와 결혼하면서 권태로운 삶을 산다. 김옥빈이 역을 맡은 태주는 소설의 주인공인 테레즈로부터 왔다. 원음을 한글로 최대한 가깝게 표기한 음차(音借)다. 카미유는 강우가 됐고, 라캥은 라여사가 됐다. 

뱀파이어가 된 사제 ‘현상현’은 원작에 바탕하지 않고 창조된 캐릭터다. 그래서 원작의 이름에서 빌어오지 않고 박찬욱 감독이 만들어냈다. 이 이름은 앞 뒤로 읽어도 똑같다. 이러한 문장이나 단어를 회문(回文), 영어로는 팰린드롬이라고 한다. ‘박쥐’의 안수현 프로듀서는 “한 극단엔 인간이, 또 다른 극단엔 흡혈귀가 있다.또 한 쪽엔 선이 있다면 악이 있다. 하지만 경계는 명확치 않고 어느 쪽이 인간이고 선이며 어느 쪽이 뱀파이어고 악인지 알 수 없다. 인간과 뱀파이어, 선과 악 사이의 끊임없는 순환의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회문으로 된 주인공의 이름은 위로 봐도 되고 돌려봐도 되는 박쥐의 티저 포스터를 닮기도 했고, ‘박쥐’ 영어제목의 가제였던 ‘live evil’(역시 회문이다)를 떠오르게도 한다.

‘박쥐’의 현재 영어제목은 ‘목마름, 갈증’이라는 의미의 ‘Thirst’다. 영어제목의 변경에 대해서 안수현PD는 “지나치게 장르영화(공포영화, 흡혈귀영화)같은 느낌을 주는 데다, 이미 동명의 외화가 있어 박찬욱 감독이 좀 더 작품 색깔과 맞는 ‘Thirst’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형석 기자/suk@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