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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3
[헤럴드POP=이소담 기자]'아가씨' 히데코, 숙희, 코우즈키 그리고 고판돌까지 등장인물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제작 모호필름, 용필름)가 지난 1일 개봉해 관객수 1위를 독주하고 있다. 500만 관객을 넘어섰으면 좋겠다는 박찬욱 감독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지 눈과 귀가 쏠리고 있는 상황. 이 가운데 '아가씨' 주인공들의 독특한 이름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박찬욱 감독이 3일 헤럴드POP과 인터뷰를 통해 직접 입을 열었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 숙희(김태리), 아가씨의 후견인 코우즈키(조진웅)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에서 숙희, 히데코, 코우즈키는 물론이고 마지막에서야 공개되는 백작의 본래 이름인 고판돌은 묘한 매력이 있으면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사기꾼 백작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듯한 고판돌이란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박찬욱 감독은 "백작은 제주도 출신이다. 그래서 제주도의 흔한 성인 '고' 씨를 사용했다. 당시에 제주도에서 일본으로 밀항한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 그래서 제주도 출신으로 정했다"며 "흔한 성인 고 씨에 부모가 아무렇게나 지은 듯, 웃긴 느낌이 들게 '판돌'을 이름으로 정했다. 아마 고판돌은 부모에게 소중한 아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니 사기꾼이 됐겠지"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조진웅이 연기한 코우즈키는 '아가씨' 일본어 번역가와 함께 상의해 결정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사람들의 이름 중 고풍스럽고 품위 있는 이름을 여러 개 뽑았고, 후보 중에 마침 위 상(上), 달 월(月)을 사용한 코우즈키를 선택했다고 한다. 박찬욱 감독은 "마침 '아가씨'에서 달이 중요하게 등장하기도 해서 '상월', 코우즈키를 골랐다"고 밝혔다.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돼 소매치기 틈에서 자라난 숙희의 이름은 원작 소설 '핑거 스미스'에서 따왔다. 박찬욱 감독은 "원작의 하녀 이름이 '수 트린더'다. '수'라고 부르는데 거기서 변형시켜 '숙희'라고 이름을 지었다"며 "전작 '박쥐'는 소설 '테레즈 라캥'을 각색했는데, 주인공 태주(김옥빈)의 이름은 '테레즈'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민희가 연기한 아가씨 히데코는 박찬욱 감독의 사심으로 완성된 이름이다. 박찬욱 감독은 일본 여자 배우 중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타카미네 히데코'(たかみね ひでこ)라며 "그냥 좋아하기만 하는 게 아니다. 타카미네 히데코가 나루세 미키요 감독과 작품을 많이 했는데, 1950년대에서 60년대 당시의 영화 속에서 타카미네 히데코가 연기한 캐릭터가 굉장히 시대를 앞서 나간 진취적인 여성상이 많았다. 마침 내가 타카미네 히데코를 좋아하기도 하고, '아가씨'의 주인공인 아가씨 또한 그런 진취적인 면이 있으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히데코'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전했다. 이름 하나도 허투루 지은 법이 없는 영화 '아가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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