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MV

[인터뷰] Oroshi ! one more time, 아트디렉터 듀오 디지페디 (Digipedi)

blue & grey 2018. 4. 6. 01:02

* 객원 에디터 : 노효준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한다.

박상우 & 성원모 :  각종 뮤직비디오와 광고영상을 제작하는 아트디렉터  디지페디(Digipedi)다. 현재는 여러명이 함께 디지페디를 꾸리고 있지만 박상우, 성원모를 주축으로 한다. 아, 그리고 오로시(박상우), 원모어타임(성원모)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다. 닉네임은 별 뜻 없다.


디지페디(DIGIPEDI)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인가

박상우(이하 상우) : 디지페디는 ‘디지털 페디큐어(digital pedicure)’의 약자다. 디지페디(digipedi)에 많은 사람들이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별 뜻 없다. 대충 만든 이름이다. 하하. 사실 이 이름을 오랫동안 쓰게 될 줄 몰랐다. 팀 이름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그러기엔 조금 늦은 것 같다.

 

두 사람이 초, 중, 고 동창으로 알고 있다. 어떤 계기로 함께 일하게 됐나

성원모 (이하 원모) : 그냥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함께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같은 반 아니면 옆 반이라 항상 곁에 있었다. 대학은 각자 다른 곳에 진학했지만, 꾸준히 서로의 작업이나 관심을 공유했다. 그러던 중 둘 다 영상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함께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에 일을 시작하게 됐다.

 

디지페디 이전엔 각자 어떤 일을 했나

원모 : 대학에 다닐 때는 일러스트 작업을 했고, 졸업 후에는 m.net에서 1년 반 정도 OAP PD로 일했다. 채널 디자인 관련 작업을 했다.

상우 : 조그마한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일했다. 그곳에선 포스터나 명함 같은 걸 만들었다. 룸싸롱 명함도 만들고 성인 만화도 그렸다. 


오랜 시간 함께 했기 때문에 이젠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할 것 같다.

원모 : 눈빛만 봐도 통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눈을 쳐다 볼일도 없고 쳐다보고 싶지 않다 (웃음)

상우 : 맞다. 하지만 오랜 시간 함께 해왔기 때문에 눈빛을 보지 않아도 서로를 잘 안다.

 

그럼 성격은 비슷한 편인가

원모 : 취향은 비슷하지만 성격이 다르다. 나는 뭐든지 좀 급한 스타일인데, 상우는 느긋하면서 과묵하다. 그런데 이런 성격은 작업할 때 상호보완이 된다.

 

서로 의견 충돌이 잦은 편인가, 이견은 어떤 방식으로 조율하나

원모 : 공동 작업이기 때문에 의견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럴 땐 서로 묵혀 두지 않고 대화를 나누며 푼다.

 

많은 사람들이 디지페디를 ‘듀오’로 알고 있는데, 몇 년 사이 멤버가 더 늘어났다. 역할 분담이 어떻게 되나.

상우 : 연출 쪽에 특화가 된 친구도 있고 디자인 쪽에 특화가 된 친구도 있다. 때문에 각자의 강점에 따라 분담을 하지만, 디지페디는 기본적으로 모든 팀원이 전(全) 과정에 참여한다.

원모 : 예를 들면, 보통 디자이너의 경우엔 모션그래픽이나 디자인만 담당한다. 하지만 우리는 디자이너가 연출이나 촬영 현장에도 투입된다. 함께 작업하는 걸 선호하기 때문이다.


작업에 관하여


몇 년 사이에 디지페디의 인지도와 작업량이 상당히 늘었다

상우 : 작업량이 늘었다는 건 오해다. 작업량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다만, 몇 년 사이 이슈가 된 작품이 많았고, 아이돌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와의 작업량이 는 것이다.

 

한 해 보통 몇 편의 영상을 제작하나, 한 편 당 제작 기간은

상우 : 2011년부터는 한해 평균 30, 40편정도 제작하는 것 같다. 한 달에 두, 세 편 정도 작업한다.

원모 :일반적으로 뮤직비디오 한 편당,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작업량이 적진 않은 것 같은데 스케줄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상우 : 웬만하면 우리가 감당 가능한 선에서 스케줄을 잡는다. 서로 오버랩해서 하나가 끝날 때 쯤 다른 하나를 시작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클라이언트가 정한 컨셉이나 의도에 맞게 영상을 제작하는 편인가 아니면 본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나

원모 : 광고영상의 경우, 광고주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편이다. 하지만 M/V의 경우엔 감독의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M/V작업을 할 땐 클라이언트의 가이드를 참고하면서 우리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이전 디지페디의 M/V를 보면 가끔씩 세로촬영 된 경우가 있지만, 에픽하이 <born hater>는 전면 세로촬영이다. 이 점이 대중들에게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는데 세로촬영을 시도하게 된 배경은

원모 : 예전부터 마음속에 담아둔 아이디어다. 어느 날 편의점 앞에 설치된 세로형 디스플레이 화면을 보고 생각을 구체화했다. 일반적인 M/V는 가로로 제작되다 보니 세로형 디스플레이에서는 영상이 잘리거나 작게 표현된다. 처음엔 우리가 만든 영상이 제멋대로 잘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잘려진 ‘세로영상’이 뭔가 좀 임팩트 있더라.

<born hater>의 경우엔 다양한 개성을 가진 랩퍼들이 여럿 등장했기 때문에 세로촬영이 각각의 인물에 포커싱을 두면서 개성과 스타일을 잘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타블로를 만나 세로촬영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고

원모 : 단순히 전화로 설명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느닷없이 전화로 세로촬영을 시도해보겠다고 하면 생뚱맞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때문에 ‘구체적인 의도’를 전달하고자 타블로가 있던 인천까지 직접 찾아갔다. 타블로에게 세로로 촬영하면 어떤 효과와 장점이 있는지, 잡지 속 인물사진이나 편의점, 스마트 폰 디스플레이의 예를 들어가며 설득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이미 ‘타블로라면 할 거다!’는 확신이 있기도 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타블로가 <ize>의 인터뷰에서 디지페디에게 “<MAMA>에서 best 세로 뮤직비디오 상을 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하며 극찬을 했다.

상우 : 영광이다.

 

마찬가지로 세로촬영에 관한 이야기다. 보통 사람들은 영상이 가로로 넓게 나온다고 ‘당연히’ 생각해서 ‘세로촬영’을 떠올리기 쉬운데도 어렵다.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 같다) 그러니까 ‘쉽지만 기발’하다. 이런 영감들은 어디서 비롯되나

원모 : 사실, 세로촬영 아이디어가 하루아침에 떠올랐던 건 아니다. 단계적으로 과정을 밟아오며 구체화됐다. 시초가 된 건 진보(JINBO)의 <fantasy>. 그때 “ 레이아웃으로 리듬감을 표현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면 음악이 시작할 때 점점 커지는 음악에 맞춰 화면을 점점 크게 해본다던지, 리듬에 따라 역동적으로 화면 비율을 다르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 번 해보니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종종 ‘화면기법’을 활용했다. 그런 아이디어가 조금씩 진화하면서 <born hater>때는 전면 세로촬영을 시도한거다.


힙합 뮤지션에서부터 발라드 가수, 아이돌 그룹까지 작업 스펙트럼이 넓다. 그럼에도 어떤 M/V를 보더라도 언제나 ‘디지페디’만의 느낌이 난다. 이렇게 공통된 느낌을 풍기는 디지페디 만의 연출법이 있나

상우 : 많은 사람들이 우리 M/V를 보면 공통적인 느낌이 난다고 말한다. 그런데 특별한 연출법이 있다거나 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우리가 좋아하는 표현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작품 속에 녹아든 것 같다.

 

각자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원모 : 최근에 작업했던 ‘러블리즈의 <Candy Jelly Love>’. 교실세트에서 촬영을 했다. 다른 M/V와는 달리 이번엔 세트를 최대한 리얼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촬영이 끝날 때쯤 텅 빈 교실에 서 있는데 세트가 아닌 진짜 학교에 있는 것 같더라. 다른 M/V들의 세트에선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경험이었다.

상우 : 멤버들이 왠지 딸 같이 느껴지기도 했고, 보고 있으면 흐뭇하더라. 그리고 교실세트에서 몇날며칠 열심히 작업해서인지 촬영이 끝나니 멤버들을 졸업시킨 느낌이었다. 하하


끝으로

 

영상작업 외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상우 & 원모 : 아직까진 특별히다른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진 않았다. 그냥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영상 작업에 충실하고 싶다.

 

함께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

원모 : 이 질문 중요하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공통적으로 받는 질문인데 대답하면 해당 아티스트에게 연락이 오더라(웃음). 그러니까 이번엔 태티서?!

상우 : 나는 클라라. (웃음)


대중들에게 디지페디가 어떤 팀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상우&원모 :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도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고 회자되는 팀이고 싶다. 우리가 어렸을 때 몇몇 뮤직비디오 감독과 작업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던 것처럼, 우리도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팀이 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

상우 : 일단 지금 하고 있는 M/V작업을 잘 마무리 하고 싶다.

원모 : 내년이면 디지페디로 함께한 지 7주년이다. 그래서 전시나 책자를 통해서 그간 우리의 작품들을 회고하면서 쭉 한 번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해볼까 한다. 그렇다고 은퇴하려는 건 아니고. 하하. 아무튼,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짠 건 아니지만 요즘엔 이것과 관련해서 대화를 많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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